GLP-1 비만 주사를 1년간 사용한 뒤, 의료진과 상의해 용량을 줄이고 결국 중단한 40대 직장인 D씨. 치료 기간 동안 15kg 정도 감량했고, 주변에서도 “정말 건강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중단 후 6개월 사이에 체중이 4kg 정도 다시 늘었습니다. 예전처럼 폭식한 것도 아니고, 나름대로 식단·운동도 신경 썼는데 숫자가 서서히 올라가는 것을 보니, “약 끊으면 다 요요라더니, 역시 나는 안 되는가 보다”라는 자책이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D씨가 놓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몸의 기본 설정(대사·호르몬·뇌의 체중 기억)이 약을 쓰기 전과 완전히 다른 상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체중을 줄이는 동안 몸은 계속해서 “여기까지 빠졌으면 이제 다시 채우자”라는 방향으로 저항하고 있었고, 약이 그 신호를 눌러 주고 있었을 뿐입니다.
이 Part 6은 “내 의지가 약해서 요요가 온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몸이 원래 그렇게 설계되어 있어서 다시 찌기 쉬운 구조”를 먼저 인정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그 위에서, 약을 줄이거나 끊을 때 어떤 신호를 보고, 어떤 루틴과 숫자를 기준으로 유지 전략을 세우면 좋을지 현실적으로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1. 끊으면 왜 다시 찔까? — 내 잘못이 아닌 ‘몸의 기본 설정’
많은 분들이 GLP-1 비만약을 줄이거나 끊으면 체중이 다시 오르는 이유를 “내가 관리에 실패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는, 상당 부분이 “몸이 원래 그렇게 설계되어 있어서”입니다.
1) 체중을 지키려는 몸의 “기억”
우리 몸은 체중이 크게 줄면,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여러 신호를 보냅니다.
- 기초대사가 살짝 떨어지고(같은 활동을 해도 덜 쓰려고 함)
- 식욕을 올리는 호르몬은 늘어나고
- 포만감을 주는 신호는 줄어듭니다.
GLP-1 약은 이 흐름을 어느 정도 역방향으로 잡아주는 역할을 하지만, 약을 줄이거나 끊으면 다시 원래 신호들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이때 조금 더 자주 배고프고, 단것·기름진 음식에 끌리는 것은 의지 부족이 아니라 몸의 기본 반응에 가깝습니다.
2)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려는 탄성
몇 년씩 유지했던 체중이 있다면, 몸은 그 근처를 “안전한 기본값”으로 기억합니다. 갑자기 10–15kg가 줄면, 몸 입장에서는 위기 상황입니다. 그래서 약이 사라졌을 때 “원래 지점으로 돌아가려는 힘(탄성)”이 작동합니다.
GLP-1 약을 끊은 뒤 체중이 어느 정도 다시 오르는 것은 “내 잘못”이 아니라 “몸의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어떤 속도로, 어디까지 오르는지”를 알고, 그 안에서 전략을 세우는 것입니다.
2. 체중 유지의 3가지 기둥: 숫자·루틴·환경
유지기는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쉬는 시간”이 아니라, “전략을 바꾸는 시즌”에 가깝습니다. 이 시즌을 지탱하는 기둥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1) 숫자: 체중 + 허리둘레 + 생활 지표
체중계 숫자만 보면 작은 변동에도 불안이 커집니다. 대신 “3가지 숫자 세트”를 함께 보세요.
- 체중: 주 1–2회, 아침 공복 기준
- 허리둘레: 2주 또는 1달마다 한 번
- 생활 지표: 평균 수면시간, 주간 걸음 수, 주 2–3회 근력운동 여부
특히 유지기에는 “숫자를 감정이 아니라 데이터로 보는 연습”이 중요합니다. 조금 올라도 허리둘레·걸음 수·수면이 안정적이면, “몸이 재정비 중인 파동”일 가능성이 크고, 여러 숫자가 한꺼번에 나빠지면 “지금이 방향을 다시 잡을 타이밍”이라는 신호가 됩니다.
2) 루틴: “빼는 루틴”에서 “지키는 루틴”으로
감량기에는 칼로리·운동 강도에 더 공격적으로 접근할 수 있지만, 유지기에는 평생 유지 가능한 루틴이 기준이 됩니다.
- 식사: 더 이상 “극단적인 제한”이 아니라, 단백질·섬유질·규칙적인 시간에 초점.
- 운동: 기록을 깨는 것보다, “주 2–3회 이상 움직이는 날이 항상 있다”는 리듬.
- 수면·스트레스: 야식·폭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루 마무리 패턴을 지키는 것.
3) 환경: 유혹을 없애기보다 “거리 두기” 설계
집·회사·휴대폰 안에 있는 환경을 조금만 손봐도 유지가 훨씬 쉬워집니다.
- 집에 늘 쌓여 있던 과자·야식 식품의 양 줄이기
- 회사 서랍에 간단한 단백질·견과류 비상간식 비치
- 배달앱 기본 화면 정리, 카드·계좌 자동 결제 제한 등
“약은 줄어도, 이 세 가지는 남아 있어야 한다”라고 생각해 보세요.
① 단백질·섬유질 중심 식사 패턴
② 주 2–3회 움직이는 루틴
③ 수면·야식 패턴을 지켜 주는 저녁 구조
3. 약 감량·중단 단계별 전략 — 갑자기 끊지 말고 ‘출구 계획’ 세우기
GLP-1 비만약을 언제, 어떻게 줄이고 끊을지는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여기서는 그 과정에서 루틴 관점에서 무엇을 같이 준비하면 좋은지에 초점을 맞춰 보겠습니다.
1) 유지 용량(maintenance)을 거치는 이유
어떤 사람들은 최고 용량까지 올린 뒤, 일정 기간 유지 용량으로 체중·생활 패턴을 안정화시키고, 그 다음 감량을 고민하기도 합니다. 이 시기는 “몸이 새로운 체중에 익숙해지는 시간”이면서, “새 루틴을 몸에 새기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 이 시기에 할 일: 걸음 수·근력운동·수면·야식 패턴을 “당연한 일상”으로 만드는 것
- 해두면 좋은 것: 일주일 식단·운동 기록을 남겨, “유지에 도움이 되는 기본 패턴”을 눈으로 확인해 두기
2) 감량·중단 시기: 루틴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구간
용량을 줄이거나 간격을 넓힐 때, 몸은 자연스럽게 더 배고프고, 피곤하고, 먹고 싶은 마음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 구간에 “루틴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획”을 미리 세워 두면 도움이 됩니다.
- 식사: 단백질·섬유질 비율을 평소보다 조금 더 올리기
- 운동: 주간 걸음 수 목표를 1,000–2,000보 정도 더 설정
- 수면: 감량기보다 유지기에 더 공들이는 수면 루틴 만들기
온라인 후기나 주변 사람 이야기를 기준으로 임의로 용량을 줄이거나 끊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당뇨·심혈관질환 등 다른 질환으로 GLP-1을 쓰는 경우에는, 비만 치료만 생각하고 결정하면 안 됩니다.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해 주세요.
4.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 vs 그냥 흔들림 구분하기
약을 줄이거나 끊은 뒤 체중은 파도처럼 움직입니다. 모든 증가가 “실패”는 아니고, 모든 감소가 “성공”도 아닙니다. 그래서 “어떤 신호에 대응해야 하는지”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 그냥 흔들림에 속하는 경우
- 1–2주 사이에 0.5–1kg 정도의 변동
- 전날 짠 음식·야식·생리주기·수분 섭취 등과 연관성이 뚜렷한 경우
- 허리둘레·옷태·컨디션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경우
이런 경우에는 체중 증가가 체지방 증가가 아니라 수분·내용물·일시적 요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불안해서 다시 극단적인 식단으로 돌아가기보다, 기본 루틴을 유지하면서 1–2주 정도 더 지켜보는 것이 좋습니다.
2) 대응이 필요한 “경고 신호”
- 1–3개월 사이에 시작점 대비 3kg 이상 꾸준히 증가
- 허리둘레가 뚜렷하게 늘고, 옷이 점점 더 끼는 느낌
- 야식·음주·간식 패턴이 감량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온 경우
- 수면시간이 줄고, 피로감·스트레스가 높아지면서 “먹는 걸로 푸는 일”이 늘어난 경우
① 지난 1–3개월 동안 내 생활 패턴에서 무엇이 바뀌었는지 적어 본다.
② 다시 체중을 깎기보다, 어떤 루틴을 되살리거나 새로 넣어야 할지를 정한다.
③ 필요하다면, 의료진과 함께 재평가(약 재조정·다른 옵션 확인)를 논의한다.
5. 다시 오르는 체중, 어느 정도까지는 “관리 가능한 파도”일까?
체중이 완전히 평평한 직선으로 유지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어디까지는 파도로 보고, 어디부터는 방향이 바뀐 것으로 볼 것인지” 기준을 정해 두면 마음이 훨씬 편해집니다.
1) 나만의 “경계선” 정하기
예를 들어 이렇게 정해 볼 수 있습니다.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 목표 체중이 70kg이라면, 68–72kg 사이를 “내 안전 구간”으로 보기
- 3kg 이상 늘어나면, “한 번 진지하게 재평가해야 할 신호”로 보기
- 허리둘레·컨디션·혈압·혈당 등도 함께 고려해 “전체 건강 프로필”로 판단
2) 되돌림 전략: 2–3주 집중 리셋
체중이 “내가 정한 경계선”을 넘어가기 시작했다면, 다시 극단적인 다이어트로 돌아가기보다, 2–3주 동안만 생활 루틴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집중 구간을 잡을 수 있습니다.
- 단백질·섬유질·수분을 조금 더 신경 쓰기
- 하루 걸음 수 2,000–3,000보 추가
- 야식·음주를 잠시 쉬거나, 횟수 최소화
- 수면시간을 30–60분 정도 늘려 보기
체중은 오르락내리락합니다. 유지기의 목표는 완벽한 직선이 아니라, “내가 지킬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파도를 관리하는 것”입니다. 이 기준을 정해두면, 적당한 오르내림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진짜 신호가 왔을 때만 집중해서 대응할 수 있습니다.
6. 오늘 할 수 있는 유지 전략 한 가지 + 다음 Part 예고
GLP-1 비만약을 쓰고 나면, 체중이 빠진 기간보다 유지하는 기간이 훨씬 더 길어집니다. 그래서 유지 전략은 “나중에”가 아니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는 주제입니다.
오늘 할 수 있는 한 가지를 제안해 보겠습니다.
- 현재 체중·목표 체중·내가 허용할 수 있는 변동 범위(예: ±2–3kg)를 종이에 적어 봅니다.
- 허리둘레, 평균 수면시간, 주간 걸음 수, 주당 근력운동 날짜를 함께 적습니다.
- 이 숫자들을 기준으로, “이 범위를 넘으면 다시 루틴·치료를 점검한다”는 나만의 경계선 문장을 만들고 눈에 보이는 곳에 붙여 둡니다.
Part 7에서는 GLP-1 외의 다른 비만약들과의 비교·조합, 그리고 “유지기를 도와주는 약 선택”에 대해 균형 있게 다루어 보겠습니다. 한 가지 약에 모든 것을 걸기보다, 목표·건강 상태·생활 패턴에 맞는 조합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현실적인 기준을 함께 정리할 예정입니다.
부록 A. 자가진단 10문항 — 나의 “유지 전략 준비도” 체크
아래 10문항은 GLP-1 비만약을 줄이거나 끊은 뒤, 체중을 유지할 준비가 어느 정도 되어 있는지를 점검하는 체크리스트입니다. 점수 자체보다, 어디에서 막히는지를 찾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부록 B. 퀴즈 3문항 — 유지 전략 핵심 개념 O/X
GLP-1 약을 줄이거나 끊을 때, 체중 유지 전략의 핵심을 잘 이해했는지 확인해 보는 짧은 퀴즈입니다. 정답 개수보다, 내가 헷갈린 지점을 체크해 보세요.
FAQ 5문항 — “다시 찌면 실패인가요?”
Q1. 약을 끊은 뒤 체중이 다시 오르면, 다 실패한 건가요?
A. 아닙니다. 일정 정도의 체중 증가와 흔들림은 대부분의 비만 치료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과정입니다. 중요한 것은 “완전히 예전으로 돌아가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 어떤 속도로, 어떤 패턴과 함께 올라가는지”입니다.
Q2. 유지기를 얼마나 길게 잡아야 하나요?
A. 사람마다 다르지만, 체중이 많이 빠진 경우일수록 “빨리 끊기”보다 “충분한 유지기”가 중요합니다. 구체적인 기간·전략은 체중, 합병증, 약의 용량·부작용, 생활 패턴에 따라 달라지므로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해야 합니다.
Q3. 유지기에는 식단·운동을 감량기 수준으로 계속해야 하나요?
A.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유지기의 목표는 “평생 가져갈 수 있는 루틴”입니다. 감량기처럼 극단적인 식단·운동을 계속하면, 결국 지치면서 크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대신 “조금 덜 빡세지만, 정말 오래 갈 수 있는 수준”을 찾는 것이 핵심입니다.
Q4. 체중이 다시 많이 오르면, GLP-1을 또 써도 될까요?
A. 가능성의 문제라기보다, “왜 다시 올랐는지”를 먼저 함께 분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루틴·환경·다른 질환·약물 사용 등 여러 요인을 본 뒤, GLP-1 재사용 또는 다른 비만약·치료 옵션을 의료진과 함께 논의할 수 있습니다.
Q5. 유지기를 잘 통과하면, 언젠가 약 없이도 살 수 있을까요?
A. 많은 경우, 루틴·환경이 충분히 자리 잡았다면 약을 줄이거나 끊은 뒤에도 좋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다만 비만은 본질적으로 “완전히 끝나는 병”이라기보다 “관리하는 만성질환”에 가깝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진·체중·생활 패턴 점검은 계속 가져가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 한 문단 — “체중 유지기는 실패가 아니라 두 번째 시즌”
우리 몸은 원래 체중을 지키려는 쪽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GLP-1 약을 줄이거나 끊을 때 다시 찌려는 힘이 작동하는 것은 당연한 생리 현상입니다.
체중 유지기는 “다시 찌지 않기 위해 버티는 시간”이 아니라, “약이 사라져도 버틸 수 있는 루틴과 환경을 만드는 두 번째 시즌”입니다. 이 시즌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앞으로 5년·10년의 건강곡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늘 당신이 적어본 숫자와 루틴, 그리고 스스로 세운 경계선은 단순한 다이어트 계획이 아니라, 미래의 나를 지키는 건강 자산입니다.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무너지지 않을 만큼, 계속할 수 있을 만큼만 조금씩 쌓아 가면 충분합니다.
※ 이 글은 한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특정 약물의 사용을 직접적으로 권유하거나 대신 결정해 주지 않습니다.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위고비·마운자로·제프바운드·삭센다 등) 포함 모든 약물은 반드시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한 뒤 사용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이 글과 자가진단·퀴즈 결과를 근거로 임의로 약을 시작·중단하거나 용량을 조절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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